인계 - 게으른 인간은 고인 물과 같아서...
게으른 인간은 고인 물과 같아서 끝내 썩어버린다.
:: 프랑스 속담
인간마음의 열 가지 모습을 가장 기초적인 철학으로 설명한 것이 십계이며 그 십계의 다섯 번째 마음(경애)이 인계(人界)입니다. 즉 가장 인간다운 마음을 지닌 인간계를 인계라고 말합니다.
인계는 십계의 딱 중간에 위치한 생명이며 가장 인간다운 생명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인계의 본질은 선의 입장에선 현명함, 지혜로움, 여유, 평온함, 침착함, 평화, 안락, 안온 등으로 설명할 수 있고 악의 입장에선 게으름, 안주, 도태, 정체, 포기, 나태 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십계에서 설명하는 인간답다는 것은 바로 선의 입장에서 평화와 평온을 추구하는 지혜로운 마음을 가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계는 축생에 반대되는 현명한 마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상에서 여유를 되찾고 사색하면서 자신의 번뇌를 추스르고 탐욕과 번뇌에 맞서 싸우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는 마음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과 사색을 통해 자기의 단점을 극복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만들어낸 고뇌를 이겨내고 바꾸어낼 수 있는 것도 인간입니다.
생각없이 본능에 집착하여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을 축생이라고 한 것과 비교되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지혜를 발휘하고 끊임없이 사고하여 자신의 고뇌를 통해 단련받고 배워갈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의 마음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행복경애인 불계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인계를 자연의 모습으로 비유하면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씨에 고여 있는 물처럼 맑고 투명한 모습입니다. 너무나 맑고 투명해서 자신의 모습을 물빛에 비추어볼 수 있어서 자신의 몸가짐을 고칠 수 있고 얼굴이나 몸에 묻은 땟국도 지울 수 있습니다. 그 주변의 환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고즈넉하고 한가로워서 영원히 그곳에서 쉬고 싶습니다. 휴식 같은 마음이 인계입니다.
하지만 그 잔잔하고 평온한 물위로 돌멩이라도 던진다면 물위에 커다란 파문이 일고 평화는 깨뜨려집니다. 세찬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출렁거리고 넘실거립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금세 이리저리 튀기며 물결은 사나워집니다. 물이 차고 넘쳐서 바닥까지 휘저으면 구정물이 바닥에서 일어나 부옇게 흐려집니다.
이처럼 인계는 평온하고 평화롭고 침착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연(緣)에 부딪혔을 때 쉽게 흔들릴 수 있고 갈팡질팡하며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모든 번뇌의 부연 구정물이 일어나서 쉽게 혼탁해질 수도 있는 마음의 상태이기도 합니다. 즉 선과 악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선의 방향은 휴식과 같은 평화로운 마음이라면 악의 방향은 게으르고 무관심한 마음이며 쉽게 흔들리는 마음입니다. 선의 방향은 휴식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여는 마음이지만 악의 방향은 게을러서 자기안락에 집착하는 이기적 마음으로 그냥 안주해서 포기하려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래서 인계는 자기결정력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닌 지금의 모든 문제들은 결국 대한민국을 국가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경입니다. 정치인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삐뚤어지고 잘못된 정치인과 정치집단을 바꿀 수 있는 것도 국민의 현명한 정치참여와 투표,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인계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고 인간다운 길을 선택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던 자신의 길이 되는 것입니다. 선의 방향으로도, 악의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인계는 그래서 참 인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십계의 중심에서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가르침, 지옥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버리는 것도, 불계의 행복하고 즐거운 극락정토를 만드는 것도 모두 자신의 일념과 자신이 저지른 업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인계의 본질입니다.
결코 신(神)이나 부처의 개입은 없습니다. 선업을 쌓아 공덕을 받는 일도 자기 자신이며, 악업을 쌓아 지옥의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것도 모두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만들어온 숙업에 의한 일입니다.
인간답다는 것은 그래서 자기결정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는 살면서 이런 선택에서 자칫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을 다시 바꾸어낼 수도 있습니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싸우고 도전하고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힘껏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악의 본성은 포기하라고 강요합니다. 멈추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게 발휘되면서 지옥계로 유도합니다. 그것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이 인계입니다. 이만큼 했으면 됐어, 이정도면 충분해, 이제 포기하고 싶어, 난 안되는가 보다, 난 할 수 없어, 이젠 좀 쉬고 싶다, 그냥 좀 쉬면서 생각하지 뭐, 그건 내 일이 아닌데 뭐, 이런 식으로 자기합리화로 실패의 원인만을 찾고 안주하려고 듭니다.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충분히 싸웠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인계는 바로 지혜롭게 사리분별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인간다운 마음의 과정이라고 말해드렸듯 때로는 괴로움에 허덕이면서 괴로운 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때로는 배가 고파 배고픈 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파보면서 아픈 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옥, 아귀, 축생, 수라를 겪어야 하는 인간의 숙제입니다. 때로는 예기치 않는 분쟁에 휘말려 괴로워하면서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를 깨닫게 될 때도 있습니다. 번뇌를 통해 인간은 단련받고 훈련받으면서 깨달음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지옥계가 싫다고 지옥을 피할 수 없고 축생, 아귀, 수라계의 잘못된 모습이 싫다고 해서 그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것들은 결국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입니다. 십계의 삼악도, 사악취는 불계의 지혜로운 행복경애를 깨닫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강인한 마음, 인내하는 마음, 노력하는 마음을 키우고 인간다운 인계의 지혜를 터득하여 어떠한 고난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출렁거리지 않는 평화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인계의 안락에 현혹되지 마라. 멈추고 포기하려는 마음과 싸워서 이겨라. 자신의 과제에, 자신이 처한 환경에, 자신이 도전해야하는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라, 우리는 고통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삶의 지혜를 배우면서 스스로 인간다워지는 것이다. 인계를 통한 부처의 가르침은 이런 것 같습니다.
무언가 도전할 것이 있다면 포기하거나 멈추려고 하지 말고 힘이 닿는 한 그 한계에 부딪혀서 싸워 가보세요. 포기하려는 마음, 멈추려는 마음과 싸우는 순간, 그곳에 희망이 넘치고 용기가 생겨날 것입니다. 인계는 진정한 행복의 경애인 불계로 향하는 가장 첫 관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옥의 고통으로 향하게도 할 수 있는 안락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멈추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안락만을 탐하는 순간이 바로 지옥의 문을 여는 순간입니다.
2010년 10월 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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